나라를 빛낸 영웅….빅토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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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표팀으로 역주하고 있는 빅토르 안
나라를 빛낸 영웅….빅토르 안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 6개 (총 메달 수 14)로 5위 (총 메달 수 7위)를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었다.

4년이 지났다. 올해 소치 올림픽에서도 이상화 선수는 다시 한번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한국인들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이번에 한인들에게 가장 큰 올림픽 이슈는 ‘러시아로 귀화한 Victor Ahn (안현수)” 선수의 금메달 소식이다. Victor Ahn은 러시아 쇼트트랙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안겨준 영웅이다. 하지만, Victor Ahn 은 이미 8년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여 short track 1000m, 1500m, 5000m 계주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딴 한국 쇼트트랙계의 보물이었다. 8년전 토리노에서 안현수는 태극기를 흔들며 3번이나 시상대에서 자랑스럽게 애국가를 따라 부르던 대한민국의 영웅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우승 후, 빙상에 머리를 대고 엎드린 채 오열하고, 러시아 국민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러시아 국기를 흔들고 시상대에서 애국가 대신 러시아 국가를 따라 불렀다.

어떤 한인들은 조국을 등졌다고 못 마땅해 하지만, 많은 한인들은 그를 이해해 주며, 함께 울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필자의 눈에, 현재 그는 진실로 인간 승리를 보여 준, 러시아의 영웅이자, 동시에 자랑스러운 한인이다.

국적을 바꾼 이유

안현수가 국적을 바꾸고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하게 된 이유는 갈등, 파벌, 왕따, 대표 선발전에서 불거진 ‘짬짜미(미리 짜고 경기를 함)’ 의혹, 대한빙상경기연맹과 깊어진 감정의 골, 여기에 소속팀의 해체까지, 그는 더 이상 자신이 설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현수는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 올림픽 당시 16살의 나이로 선발전 없이 대표팀에 발탁되어 기회를 가지게 되는 행운(특혜?)에 힘입어, 2004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는 등, 2007년까지 세계 쇼트트랙계를 주름잡는 등 연맹의 배려와 혜택을 입었다. 하지만, 2008년 밴쿠버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연맹의 견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쇼트트랙은 경기는 특성상, 대표 선발전 과정에서, 같이 시합을 하는 선수들이 무리하게 견제하는 식으로, 연맹의 작전이나 파벌이 개입되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밴쿠버올림픽 이후에도, 한국 쇼트트랙은 짬짜미와 파벌 문제로 얼룩졌다.

이번 소치 올림픽 기자회견에서 국적 변경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안현수는 한숨과 함께, 즉답을 애써 피했다. “지금 얘기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다. ….정말 짧게 말하자면… 좋아하는 종목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하지만, 경기 후 흘렸던 눈물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첫날 (1500m) 동메달을 따고도 눈물이 나는 걸 많이 참았다. 더 이를 악물고 참았다. 꼭 금메달 따고 이 기쁨을 한번 누려보자 생각을 하게 됐다. 8년 동안 이거 하나 바라보면서 운동했던 힘든 시간들이 생각에 많은 눈물이 났다. 정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눈물이었다.”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발췌)

열정…열정…열정

대부분 훌륭한 선수들은 재능을 타고난다. (솔직히,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그들의 재능은 일반인들과는 남 달라 보인다.) 필자는 고교 시절 복싱을 무척 좋아했다. 시합을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실제로 운동도 열심히 했으며, KBC (Korea Boxing Commission) 등록 아마추어 복서이기도 했다. 큰 시합에 나가 본적이 없는 체육관 선수였지만, 같은 체육관 (와룡체육관, 한국체육관)에서 훈련하는 세계적인 복서들의 연습 경기(스파링)를 지켜볼 수는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체급보다 최소한 두 체급 이상의 수준급 선수들과, 그것도 한 명이 아니고, 계속 번갈아 가며 연습 경기를 가졌다. 세계 랭킹인 선수들은 보통 선수들의 지구력이나 펀치력과는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시합에서 그들이 상대하는 세계적인 외국 선수들 중에는 타고난 신체 조건으로 더 빠른 스피드와 더 강한 파워를 겸비한 강자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한국은 세계적인 복싱 강국이었다. 한국 선수들의 체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열정과 노력, 그리고 불굴의 정신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진 것도 경험도 없는 무일푼이지만, 챔피언이라는 영예를 갖고 싶었고, 무엇보다 가난을 벗어나고 싶은 열정으로 불타올랐다. 이런 열정 하나로, 그들은 스스로 엄청난 노력을 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신들보다 강하고 테크닉이 좋은 상대도 이겨낼 수 있었다.

1970~80년대 헝그리 복서들의 열정을 30여년이 지난 지금, 한인 청년들 가운데 찾아 볼 수 있어서 기쁘다. 특히, 2014년 오늘 빅토르 안은 그 자신을 확실히 보여 주었다. 그의 열정은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 무소불위의 파워를 가진 스포츠 연맹도 결국 한 청년의 뜨거운 열정에 무릅을 꿃고, 이제 조직의 생존을 위한 변화를 요구 받을 지경이다.

빅토르 안이 조국을 배신했다면, 우리는?

빅토르 안은 본인의 국적 변경에 대한 이유로 ‘….정말 짧게 말하자면… 좋아하는 종목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이들은 빅토르 안, 즉 안현수가 조국을 저 버렸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본인의 열정을 무참히 짓밟는 잘못된 관행에 당당히 맞선 안현수는 오히려 칭찬을 받아야 한다.

만일, 안현수의 국적 변경이 비난 받을 일이라면, 캐나다에 살면서 시민권을 취득한 모든 한인들은 조국을 배신한 행위가 되는 것이고, 이렇게되면, 많은 해외 한인 교포들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어느새 자신이 조국의 적이되는 꼴이 된다. 이런 편협한 사고 방식대로라면, 이민의 나라인 캐나다도 미국도 더 이상 존재할 수가 없다.

어떤 이들은 안현수의 경우는 일반인과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안현수 이전에 이미 쇼트트랙, 양궁, 태권도 등의 스포츠 분야에서 해외에 진출한 한인 출신 코치들이 많았다. 반면, 2002년 월드컵의 영광을 안겨준 네덜란드인 히딩크 코치부터, 세계적인 피켜 스케이터 김연아를 가르쳐 준 캐네디언 코치도 있다. 그들은 조국을 배신한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모국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만든 것이다.

진짜 문제 – 한국 쇼트 트랙 선수들이 소치에서 부진한 이유

문제는 외국에서 열심히 가르치거나 활동하는 한인 출신 코치나 선수들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한인) 사회에 만연한 편가르기, 특히 학연과 지연을 이용한 자기 파벌 형성은 거의 마피아와 같은 암적 존재가 되어왔다.

이번 소치 올림픽 이전부터, 빙상 연맹의 파벌에 관한 문제는 이미 많이 알려진 내용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실력과 열정이 넘치는 인재도 쉽게 도태(淘汰, weeping out) 당하기 쉽다. 대신, 조직의 경쟁력이 약해지게 되고, 결국, 한 때 세계 최강의 자리는 경쟁력 있는 다른 팀에게 물려줄 수 밖에 없다. 그런 파벌의 힘은 국내에서는 통 할는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국제용은 아니다. (반면, 세계적인 네트워크 형성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한국의 파벌 문제는 학계에서도 만연해 왔다. 어떤 정치가가 아예 서울대를 없애자고 할 정도이다. 왜 그런 심한 말을 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서울대가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인 면을 보여 주기도 했다. 예를 들어서 세계적인 명문 대학인 하버드나 예일은 자기 대학 학부출신 보다는 타 대학 출신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훨씬 더 많은 반면, 서울대의 경우 자기 학부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런 동종이식 환경 속에서 발전과 개선은 기대하기가 힘들다. 어쩌면, 한국이 노벨상을 받은 학자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지도 모른다.

사실, 서울대만이 이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 서울대 보다, 소위 명문 사립 대학 출신들도 타 대학에 대한 우월주의를 표현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런 현상은, 조직 내에서 파벌로 형성되기 쉽고, 조직의 목적을 저버리고, 파벌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된다.

하지만, 이런 조직의 파벌은 열정 가득한 한 청년의 꿈을 막을 수는 없었다. ‘빅토르 안’은 조국을 등진 것이 아니고, 파벌에 찌든 조국에게 경종을 울리고, 큰 개혁의 희망을 안겨주었다. 빅토르 안의 승리가 (러시아 스포츠 연맹 내 어떤 파벌에게 도움을 주었는지 모르지만,) 한국의 빙상계에 군림하던 파벌을 내리고 새로운 효율적인 조직으로 유도하는 힘이 될 것을 기대한다. 동시에, 다음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에서 보다 많은 메달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빅토르 안, 안현수, 그는 국적에 관계없이 한인 청년의 열정을 세계에 알린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다.

2014-02-14

송학원장 송시혁 (B.Sc in Math,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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