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자녀 교육과 조기 유학의 실패

0
225

이민자 자녀 교육과 조기 유학의 실패

어린 나이에 캐나다에 유학 또는 이민을 오는 학생들의 성향도 많이 변해 온 것 같다. 과거를 생각하면 늘 그리운 추억이지만, 10여 년을 훌쩍 넘기면서 만나고 헤어진 학생들의 성공과 실패를 보면서 성취감보다는 오히려 아쉬움이 조금 더 남는 것 같다.

성공… 실패… 사실은 그들에게 이런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좋은 대학을 졸업한 것만으로는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고, 설사 대학에 가지 않았다고 해서 인생에서 실패한 것은 더 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즉, 아직은 과정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더라도, 초,중,고 시절은 인생에서 인성을 형성하고 기초 학업능력을 다지는데 상당히 중요한 시기이다. 또한 대학에서의 학업과 전공이 미래의 직업을 결정하고 사회에서 성공하는데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번 글은 자녀들이 캐나다나 미국에서 초, 중, 고, 대학생으로서 학업을 하면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짚어보기로 하자.

  1. 어린 자녀들의 영어 능력

어린 나이에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자녀들은 영어로 대화를 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녀들이 캐나다에서 학업을 하기에 충분한 영어를 구사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캐나다에서 학업을 하기 위해서는 일반 회화와는 차원이 다른 읽기와 쓰기 능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들이 자녀들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단순히 책 읽기를 좋아하니까 읽기 실력이 좋다고 말할 수 없으며, 자녀가 글을 잘 쓴다고 후한 칭찬을 하는 캐네디언 튜터의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믿기도 힘들다.

Second Language인 자녀들이 튼튼한 기초 영어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하는 방법과 형식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평소에 많은 독서와 글쓰기를 하는 것과 별도로 어휘, 정확한 어법, 에세이 작문의 구성 등을 배워야 한다.

  1. 영어와 수학 공부는 세계 공통

흔히들, 한국에서는 국, 영, 수에만 치중하면서, 다양한 교양과목 교육은 등한시 하며, 창의력을 높이는 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반면,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학생들에게 예체능 과외 활동할 기회를 보다 많이 주고, 창의력을 유도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캐나다나 미국 대학 입시 사정은 한국의 대학들 보다, 훨씬 더 영어와 수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많은 부모들이 캐나다와 미국 대학들이 스포츠 등 과외 활동을 중요시한다고 말을 하지만, 사실은 Ivy League등 상위 20위권 내의 미국 대학을 제외하면, 캐나다나 미국 대학들은 학업 이외의 과외 활동을 주요 입시 사정 평가 요소로 두지 않는다.

심지어, 캐나다 대학 거의 대부분 11, 12학년의 주요 4~5 과목만 평가하며, 대부분의 미국의 대학들은 10학년 이상 전과목을 평가하지만, 주요과목에 더 많은 가중치를 두고 평가한다. 더욱이, 거의 모든 대학들이 필수로 요구하는 SAT Reasoning 과 같은 시험은 영어와 수학 단 두 분야만 평가할 뿐이다.

어렸을 때부터 캐나다나 미국에서 자란 자녀들일지라도 부모가 second language이라서 그런지, 고등학교 10학년이상부터는, 상위 등수에 드는 네이티브 학생들보다 영어에서 더 좋은 점수를 얻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한인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과목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노력만 한다면, 수학에서 훌륭한 점수를 받기는 어렵지 않다. 한인 학생들은 수학에서 그저 평범한 점수를 받기 보다는 수학을 꽤 잘하는 과목으로 강점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역으로 말하면, 수학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네이티브 학생들보다 대학 입시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한편, 대학에서 이공계와 예술계를 포함한 어떤 전공도 아카데믹 영어 읽기와 쓰기가 바탕이 되어야 진정하게 성공적인 학업을 수행할 수 있다. 물론 이공계의 경우 튼튼한 수학 실력이 학업수행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물론이며, 심지어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도 대학 1~2학년 때 미적분과 통계학을 무사히 마쳐야만 전공 학년에 입성할 수 있다.

어떤 학생들은 수학이 싫어서 고등학교 12학년 수학이나 미적분(Calculus)을 요구하지 않는 학과를 선택한다고 하지만, 분명히 알아둘 것은 수학에 전혀 관련이 없는 학과들은 산업(industry)계에서 수요가 적어서, 졸업 후 취업이 쉽지않다.

  1. 목표가 좋은 job, 그러면 실용적인 전공으로…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소위 SKY(서울대, 연대, 고대) 졸업생들 중 비이공계 출신들은 심각한 취업난을 겪는 경향이 뚜렷하다. 많은 대기업들이 이공계 출신이 아니면 아예 채용할 기회 조차 주지 않으니 말이다.

얼마 전, 캐나다 신문에, 왜 (캐나다)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job을 잡지 못하는가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결론은 캐나다 청년들이 산업계에서 수요가 없는 전공을 공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캐나다나 미국에서 공대 전공자들이 취업을 잘하고, 다른 직업보다 처음부터 훨씬 높은 연봉에서 출발한다는 것 쯤은 다 안다. 자녀들을 조기에 유학을 보내서 대학도 북미에서 졸업하기를 바라는 부모들 중에는 자녀들이 졸업 후에도, 현지에서 취업 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녀들이 취업하기 힘든 전공을 하더라도 우리 애만은 특별하니…, 명문대에만 들어간다면…, 대학 졸업 후, 법대대학원이나 의과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니까…라고 현실을 외면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물론, 자녀들의 재능을 억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다트머스(Dartmouth)대학 의 전 총장이며, 현재 World Bank 총재인 한국계 미국인 김용씨가 TV 인터뷰에서 다트머스 학생들에게 대학 학업에 대한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 본인 아버지의 생각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다.

김용씨는 아버지가 미국에 이민을 와서 치과의사였기에 집안이 유복했고, 주립대학에서 1년을 다닌 후, 브라운 대학으로 편입학 했다고 한다. 1년을 브라운 대학에서 공부를 한 후, 방학이 되어서 집으로 가는데, 공항에 마중 나온 아버지가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가면서, 아들에게 브라운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물어봤다. 아들(김용)은 브라운에서 공부한 철학과 문학 등이 무척 흥미가 있었다고 말하자, 대뜸 아버지는 차를 고속도로 길가에 세우고 아들보고 내려서 혼자 알아서 집에 가라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비실용적인 학문에만 치중한다면, 굳이 비싼 학비를 대주면서 브라운에 다니게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 후 대학 총재된 자신도 다트머스 대학 학생들에게 같은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사회가 요구하는 실용적인 학문을 배우고 사회에 헌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사회 헌신을 운운할 필요도 없이, 졸업 후 취업이 필요하다면, 대학의 이름보다는 취업을 할 수 있는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쯤은 캐나다다 미국에 사는 교민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인 부모들이나 학생들은 대학 이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그들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1. 한인 자녀들이 겪는 청소년기

모두들 그렇듯이, 필자도 중고등학교 때 겪은 심한 청소년기의 방황은 대학 때까지 계속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지나고 나면 추억이고, 청소년기 당시에는 자신이 질풍노도(疾風怒濤, storm and stress)를 겪고 있다는 것조차도 미처 깨닫지 못한다.

조기 유학을 온 많은 학생들이 청소년기에 부모와 멀리 떨어져 있게 된다. 물론, 부모와 함께 이민 온 자녀들도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의 도움을 받기가 힘들다. 어떤 부모들은 정보가 없기 때문에 자녀들의 학업에 신경을 쓸 수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어떤 자녀들은 캐나다나 미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부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또, 어떤 부모들은 자녀들의 자립심과 독립심을 기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Que será, será (What will be, will be)’ 자율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히, 자녀들은 이민 온 이국 땅에서도 청소년기를 겪고 있으며, 당연히 그 시기에는 어른들의 관심과 조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더욱이, 아직은 캐나다나 미국이 그들의 땅이 아니다. 현재는 자녀들이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지만, 질풍노도의 시기가 끝나고, 아쉬움이 남을 때, 자녀들은 철들기 시작한다.어떨 땐, 그 힘들고 외로웠던 시기를 극복하기 못하여, 청소년기를 어둡고 실패의 터널이었다고 회고하는 조기 유학 자녀들과 부모들도 많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다음 칼럼에서도 조기유학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 보고자 한다.)

송시혁 (송학원, 캐나다 빅토리아)

www.song-academy.com

2015-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