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입학’이 무의미한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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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과 대학편입을 위한 2년제 대학, Camosun College in Victoria

최근 한국은, 어떤 유명 정치인의 딸에 대한 뉴스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있다. 그의 딸은 고등학교 때, 수준높은 논문의 제 1 저자가 되는 등의 뛰어난 경력이 있으며,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졸업 후 현재 의과 전문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의 고등학교 경력의 활동 내용이 고등학생으로서 했다고 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어 보이는 일이였다는 것과, 의과전문 대학을 다니면서 다른 학생들의 경우와 비교해서 형편성에 어긋나는 장학금을 받아왔다는 의혹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이번 칼럼의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명문대 입시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관련 스캔들의 진위 여부에 관계없이, 그 유명 정치인의 딸은 앞으로 제대로 학업을 마칠 수 있을 지, 학업을 제대로 마쳐서 의사 자격을 갖게되더라도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잘 할 수는 있을 지가 걱정된다.

입시와 학력에 관련된 스캔들이 일어날 때마다, 무리해서라도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상적인 캐나다 대학 진학 루트

고등학교 졸업 후, 2년제 college에서 우선 2년을 공부하고, 4년제 대학에 편입해서 나머지 3, 4학년 대학 학위과정을 마치는 것이, 캐나다에서 이상적인 대학 진학의 루트(route)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첫째 아이가 Arbutus middle school을 다닐 때, parents’ meeting에 가서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선생님 말씀이, 우리 아이가 모든 과목에서 우수하고, 특히 영어와 수학에서 뛰어나다고 하면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대학 준비를 위해서 공부하는 것을 적극 권했다. 캐나다 선생님들이 조금만 학생들이 잘해도 칭찬을 잘 해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우리 애가 미래에 어떤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으냐고 조언을 구했고, 선생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 자신과 자기 아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말했다.

그 선생님은, 자기 생각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Camosun College (in Victoria)에서 우선 2년을 공부한 후, UVic (University of Victoria)에 편입해서 대학을 다니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말했다. 그 때 그 말을 들은 필자는 많이 실망스러웠다. 우리 아이가 그렇게 스마트하다고 칭찬하더니, 카모순 칼리지에 일단 들어가서 공부하는 것을 권하다니… 미국의 하버드나 MIT 와 같은 세계적인 대학은 언급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이러 저러한 장학금을 받고 캐나다 최고의 대학에 가서 공부하라고 하는 조언과는 동 떨어진 이야기이였다. 그런데, 필자의 두 아이가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는 현재에 생각해보니, 그 때 그 선생님이 말씀하신 조언이 가장 바람직한 캐나다 대학 진학의 루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제 칼리지 + 4년제 대학 편입

4년제 대학에서 1학년부터 공부하는 것 보다, 2년제 칼리지를 먼저 마치고 4년제 대학에 편입학해서 3, 4 학년을 공부하는 것에는 많은 잇점이 있다.

첫째, 수업료가 월등히 저렴하다. 예를 들어서, 카모순 칼리지의 1년 학비는 대략 3,500불 (외국인은 7,000불)정도이고, 빅토리아 대학(UVic)의 경우는 8,000불 (외국인은 20,000불) 정도이다. (단, UBC의 경우 외국인은 30,000불, 토론토 대학의 경우 외국인 40,000불이며, 두 대학 모두 내국인은 UVic과 큰 차이가 없다.)

필자의 첫째 아이의 중학교 선생님은 빅토리아 출신으로 UBC에서 공부하면서, 부모의 지원없이 스스로 학비와 거주비를 마련해야 했기 때문에, 공부하는 시간보다 돈을 벌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았고, 결국 대학을 7년만에 겨우 졸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선생님의 아들은 자기의 힘들었던 대학 생활의 경험으로 카모순 대학의 University Transfer program에서 2년을 마치고, 빅토리아 대학에서 3, 4학년을 공부했고, 현재는 밴쿠버에서 상당히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 선생님은 아들이 빅토리아에서 대학을 다닐 때, 수업료나 용돈도 일부 지원할 수 있었기에 아들이 자기가 젊었을 때 처럼 금전적으로 힘들지 않게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에 스스로 만족했다.

둘째, 2년제 칼리지에서 1,2학년 과정이 4년제 대학의 1,2 학년 프로그램보다 더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대학 1학년때 많은 학생들이 학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심지어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캐나다 최고의 대학이라고 여기는 토론토 대학이나, UBC, McGill 대학의 1학년 학생들 중도 포기율이 특히 높다고 한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4년제 대학의 1학년 과목 프로그램의 퀄러티는 여러면에서 부정적인 면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학급당 (교실당) 학생수는 몇백명씩 되며, 심지어 마이크로 흘러나오는 강사의 강의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한, 1학년 과목의 강사는 많은 경우 박사과정의 학생이나 경험이 부족한 강사인 경우가 많다. 특히, 많은 학생들의 시험이나 리포트 채점도 교수가 직접 챙기기 힘들다 보니, 경험이 부족한 조교들이 모범답안과 조금이라도 다른 답은 많은 감점을 주기도 한다.

반면에, 2년제 대학의 강사는, 연구와 대학원 학생들 교육에 많은 비중과 시간을 할애하는 4년제 대학의 교수와 달리, ‘teaching’에 전념하므로, 과목의 커리큘럼과 숙제, 평가 등을 좀 더 학생들 입장을 고려해서 만들려고 노력한다. 즉, 4년제 대학보다는 2년제 대학에서 학생들이 보다 편하게 공부할 수 있다.

셋째, 2년제 대학을 마치면, 디플로마를 받을 수 있고, 취업을 하기가 용이하다. 따라서, 3, 4학년에서 더 공부하기 전에, 미래의 계획을 재점검하는 여유를 갖을 수 있다. 이때, 유학생들의 경우는 취업 후 1년정도 뒤에 영주권을 취득한 후, 3, 4학년 등을 마치면, 내국인 수업료를 내면되니까, 재정적으로도 많이 유리하다. 유학생들이 캐나다에서 의대를 진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이렇게 영주권을 취득하면, 훨씬 더 의대 진학에 유리해 질 수 있는 status를 가질 수도 있다.

고교졸업 후,곧바로 4년제 대학입학의 잇점

‘2년제 college + 4년제 대학 편입’의 단점도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 한 직후에 곧바로 4년 대학에서 공부하면, 가장 기대할 수 있는 잇점은 4년제 대학 학위 (Bachelor’s Degree)를 보다 단시간 내에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왜냐하면, 2년제 college의 과목들과 편입하려는 4년제 대학의 1, 2학년 과정의 과목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을 수 있고, 그런 경우 4년제 대학에 편입 후, 그 대학의 1,2학년 과목의 일부를 다시 들어야 하기 때문에, ‘2년제 대학 + 4년제 대학 편입’은 5년정도 소요되는 경우가 종종있다. 특히, 2년제 대학의 프로그램이 취업을 위한 과정이라면, 5년보다 더 걸릴 수 있다.

대학 (4년제) 입학에서 특정 학과들은 중간에 편입학을 허용하지 않고, entry level 즉, 1학년 과정부터만 입학생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2년제 대학에서 편입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워털루 대학의 공대나 수학학부의 경우, entry level부터만 입학을 받아주는 경우가 많으며, 토론토 대학의 engineering science처럼 대학마다 나름 특별한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중간에 편입학하는 것이 쉽지 않다.

명문대에 입학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는, 캐나다

캐나다에서는 명문대학에 입학하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적어도 학부에서는 특별히 어떤 대학의 수준이나 평판이 떨어진다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토론토 대학이나 UBC, McGill대학을 규모가 가장 큰 종합대학이라고는 말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그 보다 작은 규모의 대학보다 프로그램이나 학생들 수준이 뛰어난 캐나다 최고의 대학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수의 캐네디언들은 자녀들을 굳이 토론토 대학이나, UBC, McGill에 보내기를 희망하지 않는다. 실제로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캐네디언 부모들에게, 자녀를 어느 대학(4년제)에 보내고 싶냐고 질문했을 때 언급한 학교들은, 규모가 너무 크지 않으면서, UVic (BC)이나 Guelph (Ontario)와 같이 평판이 좋은 중간 규모의 대학들이었다. Big 3 대학들이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실제는 대학원이상 연구면에서….), 학부 졸업생들의 성공여부와 출신 대학의 name value가 그다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캐나다 의과대학이나 법학대학원을 포함한 대학원 입시에서도 출신 대학에 관계없이 학생의 학부성적과 학문적 관심에 촛점을 맞추기 때문에 출신 대학의 이름 때문에 실패했다는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

따라서, 캐네디언 부모들은, 자녀들을 명문대에 입학시키려고 노력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현재 자녀들의 전반적인 학업 성과와 적성, 영어와 수학의 기본실력, 때로는 불어, 예체능 교육과 활동 등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

사실, 한국만 일류대에 대한 열정이 지나치게 큰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도, 상류계층일 수록 특별히 아이비리그나 그 주에서 가장 이름있는 명문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노력이 도를 넘어서, 지나치게 스포츠 등 과외 활동과 성과를 신경쓰거나, 심지어 부정과 불법적인 방법으로 SAT 시험 성적을 높이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 명문대에 입학해봤자, 주변의 친구들에 비해서 힘들게 학업을 해야하는 고통을 겪게되고, 내적인 자존감마저 상실되기도 한다. 결국, 자녀를 성공의 길보다는 실패와 절망의 늪으로 밀어 넣어버리는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가 쉽다.

오히려, 자녀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자기 실력에 비해서 넉넉하게 대학 진학을 하고, 좀 더 여유있는 대학 생활을 통해서, 정말 본인이 관심이 있는 분야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귀중한 시간을 갖는 것이라는 생각이 최근에 부쩍 많이 든다.

2019-08-28 

송학원 원장 송시혁 (빅토리아)

seahsong@gmail.com